그 [비] 내리는 날엔

문득 생각나는 게

국민학교 4학년 때 인가,

같은 반장 넘 집에 놀러갔던 [기억]이

우산처럼 머리 위를 덮는다.

 

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 타고도 한참이나 갔던,

집 앞 강 건너 5.16 광장이라 칭해졌던 거대한 아스팔트 단지 한참 뒷 쪽에

자리잡은, 너무 우람하여 오히려 낯설었던 국회의사당이 손에 잡힐 정도로 보였던 

동네 중간쯤에 자리잡은 이층 양옥집,

 

그 눈부셨던 현관문 보다,

그 문 안에 펼쳐진 수영장 보다,

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꼭 거처야 하는 대리석 계단 보다,

 

수십 년 지난 오늘까지 머리 속 한 귀퉁이에 대못처럼 박혀 있는 [기억]은

날리던 이슬비에 빛 반사되어 찬란했던 그 잔디밭 투성이의 마당,

 

이층 양옥집 마냥 영부인 머리인 이층 머리를 지닌 그 애 어머니의

그 우아, 고귀했던 음성이 구슬로 굴러 다니던 그 마당,

 

행여 발에 흙 묻을까봐 염려로 양탄자 깔아놓은듯한

그 빈틈없던 잔디 투성이의 마당은

아직도 내 지니지 못한 구석,

 

너무 가늘어 내리는게 아닌 날리던 그 날의 이슬비 속으로 엿 본

그 마당이 이제 떠 오르지도 않는 그 집 아들내미인 그 넘 손목 위에 자리잡은

학교 내에서 유일무이했던 손목 시계보다 더 선명하게 [기억] 나는 건,

 

오늘 새벽에 내린 빗줄기로 강이 되어버린 가슴 속에서

젖은 풀밭을 걷는 사막같은 내 자신을 엿보았기 때문인지도,

 

[비] 내리면 가끔 뛰쳐 나오는 이 엉뚱함은

그 촉촉한 거리 위로 발 내딛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빗줄기 방향처럼

당혹스러운 [기억]으로 박차고 나오고,

수십 년을 단 한번에 되돌아가는 기민함으로

빗줄기를 가르며 가슴 속으로 소리없이 꽂힙니다만,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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